식용유가 뇌를 죽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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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질환과 식용유

과거 명절에는 집에서 반드시 전이나 부침개 지지는 모습을 흔히 볼수 있었다.  그리고 치킨과 많은 음식에 부침 가루에 범벅한 재료로 식용유 기름에 튀겨 음식을 만든다. 이때 풍겨 나오는 고소한 향기는 맛을 돋구는 강력한 매개체다.

그런데 그 고소함을 만들어내는 식용유가 뇌를 죽인다고 한다. 특별한 식용유들도 아니다. 어느 집이나 주방 한쪽에 당당히 서 있는 포도씨유, 해바라기씨유, 카놀라유, 콩기름 등 식물성 기름들이다. 모두가 우리 몸에 좋다고 알려진 것들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식용유 몰아내는 것이 뇌 관련 질병 줄을 수 있다.

<식용유가 뇌를 죽인다>(야마시마 데쓰모리 저/김정환 역)

일본의 뇌 과학 전문의인 저자 야마시마 데쓰모리는 책 <식용유가 뇌를 죽인다>에서 식용유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뇌에 치명적인 해를 가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처음에는 조금 과격하다고 느낀 책 제목이 책을 낸 이후에는 매우 마음에 들었다고 말한다. 그만큼 식용유를 몰아내는 것이 뇌 관련 질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을 줄을 수 있는 기사회생의 방책으로 믿어서다.

식용유가 뇌를 죽이는 기제는 간단하다. 저자의 연구 결론을 따라가 보자. 식용유의 주성분은 리놀레산이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하이드록시노네날이 뇌를 부식시키는 원흉이다. 하이드록시노네날은 콩기름, 옥수수기름, 홍화씨유, 카놀라유, 해바라기씨유 등 리놀레산이 다량 들어 있는 식용유를 지나치게 가열하거나 여러 번 가열할 때 생기는 과산화지질이라고 한다.

하이드록시노네날은 기억과 감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마에서 갓 탄생한 베이비 뉴런(신경세포)과 성숙한 신경세포를 서서히 죽인다. 요컨대 식용유에는 처음부터 ‘하이드록시노네날’과 ‘트렌스 지방산’이라는 두 종류의 독물이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쪽)

저자는 하이드록시노네날이 기름을 짜는 과정에서부터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는 식용유를 만들기 위해서 콩이나 옥수수, 씨앗, 나무열매 등을 세척하여 으깬 뒤 석유에서 추출한 헥산이나 헵탄 등 용제를 넣어 유분을 녹인다. 헥산은 등유와 같은 것으로 자동차 용품점에서 파는 브레이크 클레너의 주성분이라고도 한다.

용제로 녹인 유분은 섭씨 110도에서 옅은 노란색으로 탈색된다. 이어 냄새를 없애기 위해 섭씨 250도의 고열에 장시간 노출시키는 과정이 뒤따른다. 이러한 가열 처리에 따라 본래의 영양 성분은 날아가 버리고 하이드록시노네날 같이 세포막을 부식시키는 독물이 증가한다. 그래서 저자는 ‘정제유=화학 처리=하이드록시노네날․트랜스 지방산’으로 간주해도 틀리지 않다고 말한다.

하이드록시노네날이 세포막에 부식의 연쇄를 일으키는 ‘신경독’으로 작용하는 과정을 보자. 저자에 따르면 하이드록시노네날은 신경세포를 건강하게 지키는 열충격단백질70(Hsp70)에 산화 손상을 입히고, 이것이 연쇄적으로 ‘세포 내 재활용 공장’이라고 할 수 있는 리소좀을 파열시킨다. 쇠가 녹이 슬어 부서져 내리는 것처럼, 세포막이 부식되면서 제 기능을 잃어버리게 되는 식이다.

저자는 기름이 두뇌건강을 좌우한다고 주장한다. 두뇌건강은 세포막에 주입되는 기름이 ‘잘 부식이 되는 기름’인가, ‘잘 부식되지 않는 기름’인가에 따라 결정된다. 이때 잘 부식되는 ‘나쁜 기름’은 식용유이며 잘 부식되지 않는 ‘좋은 기름’은 어유(생선 기름)라고 한다. DHA나 EPA 같은 어유 성분이 신경세포막에 생기를 주어 산화 스트레스에도 잘 부식되지 않게 함으로써 건강한 신경세포를 많이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 책에 따르면 어유 성분인 DHA나 EPA는 ‘오메가3 계열’에 속한다. 리놀레산 등의 식용유는 ‘오메가6 계열’이다. 이들은 모두 다가불포화지방산으로 묶여 불린다. 그런데 저자는 이 다가불포화지방산에 대해 사람들이 ‘심각한 오해’를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메가6 계열은 염증을 ‘유발’하는 반면에 오메가3 계열은 오히려 염증을 ‘가라앉히는’ 작용을 한다. 또 오메가6 계열이 조금만 과해도 혈액의 점성을 높여 동맥경화나 혈전의 원인이 되는 반면에 오메가3 계열은 혈액의 점성을 낮춰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혈전을 녹인다. 뇌의 경우 오메가6 계열이 치매나 우울증의 원인이 되는 반면에 오메가3 계열은 반대로 이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53~54쪽)

오메가6 계열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물론 오메가6 계열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각자 독자적인 영역에서 활약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균형 있는 섭취다. 이 책에 따르면 일본 후생성은 오메가6 계열 대 오메가3 계열 식용 기름의 섭취 비율을 ‘4 대 1’로, 일본지질영양학회는 ‘2 대 1’로 추천했다고 한다. 저자는 ‘1 대 1’의 비율로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저자의 주장을 따라가다 보면 현대인을 괴롭히는 많은 질환이 식용유와 관계가 있음을 알게 된다. 성인들에게 많이 걸리는 알츠하이머병․동맥경화․뇌졸중․치매․우울증과, 어린이들에게 주로 찾아오는 아토피․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가 그것들이다.

예를 들어보자. 알츠하이머병은 그동안 활성산소의 발생 원인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베타나 인산화탄우가 그 발병 요인으로 알려져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최근 이 아밀로이드 가설이 의심받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식용유에서 생기는 하이드록시노네날을 알츠하이머병의 진범으로 지목한다. 아밀로이드나 인산화탄우가 대량으로 쌓여 있어도 죽을 때까지 치매에 걸리지 않고 정상적인 기억력을 유지하는 예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콜레스테롤이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진 동맥경화도 마찬가지다. 저자에 따르면 혈액 중 콜레스테롤이 많다 해도 이것을 산화하는 활성산소가 혈액 중에 적으면 동맥경화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식용유 섭취로 인해 생기는 활성산소를 동맥경화의 주범으로 본다.

필수지방산인 리놀레산을 많이 함유한 식물성 기름이 이토록 치명적이라면 무엇을 써야 하나. 저자는 부엌에서 식용유를 몰아내고 들기름이나 아마인유, 올리브유, 참기름, 쌀기름 등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패스트푸드나 스낵과자의 위험성을 과학적으로 이해시킬 수 있는 과학교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식용유나 본래 액체 상태인 식물유를 화학 처리로 고형화한 마가린, 식용유가 주재료인 마요네즈는 아이들의 건강, 특히 뇌의 발달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버터보다 마가린’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부모와 교육 관계자는 철저히 인식해야 한다. … 식용유로 튀킨 프라이드치킨이나 도넛, 마가린이 듬뿍 들어간 쿠키나 비스킷은 뇌를 부식시키므로 건강에 좋지 않음을 가르쳐야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영양 교육은 가정의 냉장고에 있는 마가린과 부엌의 식용유를 과감히 버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30쪽)

뇌를 부식시키는 기름으로 만든 과자와 패스트푸드에 대한 저자의 비판은 단호하다. 저자에 따르면 이들 음식은 바삭바삭한 식감을 위해 쇼트닝을 사용하는데, 여기에는 뇌를 부식시키는 트렌스 지방산이 듬뿍 들어 있다고 한다. 저자는 하루 종일 고온으로 가열한 탱크 안에서 기름에 튀겨 만드는 포테이포칩이 독을 바른 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그러면 좋은 기름은 어떤 것일까

좋은 기름은 어떤 것일까. 저자는 유기 재배한 씨앗이나 열매 등을 수확 후 빠른 시간 내에 기계로 압축해 짜내어 산지에서만 판매하는 방식의 기름이 뇌에 가장 좋다고 말한다. 가열 조작이나 추출 용제를 사용하지 않은 것도 좋은 기름이 갖춰야 하는 조건 중 하나다.

저자는 이런 기름이 조금 고가이지만 인터넷을 통해서도 손쉽게 주문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가격이 너무 저렴하지 않고 유통 기한이 반년 이내로 짧은 기름이 ‘뇌에 좋다’고 생각하면 맞다는 점도 강조한다.

식용 기름을 생선이나 채소와 마찬가지로 ‘신선 식품’으로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저자의 관점도 새롭다. 참기름이나 들기름, 식용유 등을 오랜 시간 부엌 찬장에 둔 채 조금씩 사용해도 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저자는 잘못된 기름을 피하기 위한 요령이나 좋은 식용 기름 선택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준다. ▲ 콩이나 옥수수, 홍화씨 등으로 만든 식용유 사용하지 않기 ▲ 식용유로 만든 마요네즈나 마가린․드레싱․머스터드소스 피하기 ▲ 생선 통조림에 사용된 기름 확인하기 등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 몸에 좋다고 두루 알려진 홍화씨유와 포도씨유 등이 각각 77퍼센트와 65퍼센트나 되는 리놀레산 함유율을 갖고 있음을 알고 깜짝 놀랐다.

저자는 좋은 식용유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성분명에 ‘알파’가 붙은 제품을 선택하자고 제안한다. 반대로 성분표에 ‘식물성 유지’가 적힌 것은 주성분이 리놀레산이므로 사지 않는 편이 좋다고 말한다. 앞서 본 것처럼 그런 제품은 예외 없이 뇌를 부식시키기 때문이다. 양심적인 제유 회사라면 좋은 기름을 플라스틱 병에 담아 팔지 않을 것이라며 플라스틱 병에 든 기름을 피하라는 말도 새겨볼 만하다.

하지만 좋은 기름을 골라 쓰는 일은 쉽지 않다. 저자가 강조하듯이 텔레비전이나 신문, 잡지, 전단지 등에 넘쳐나는 현란한 광고가 식용유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하기 때문이다. 사실 “동물성 지방을 줄이고 리놀레산 계열의 식물유를 늘리시오” “콜레스테롤 함유량 제로” “식용유의 리놀레산은 콜레스테롤을 줄여준다” 등의 광고 문구를 들으며 식물성 기름의 위해성을 떠올리기란 매우 어렵다.

저자는 후기에서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은 하이드록시노네날이다”라는 설을 전개한 영어 논문을 언급한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중 하나는 식용유다”라고 단언해도 될 만큼 과학적인 근거가 갖춰졌다고 느낀다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식용유나 패스트푸드를 거의 매일 접하는 현대인 모두 잠재적인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아닐까. 이 책을 읽고 많은 사람이 식물성 식용유에 대해 경각심을 갖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저자의 메시지가 널리 퍼지기를 기대한다.

<식용유가 뇌를 죽인다>(야마시마 데쓰모리 지음, 김정환 옮김 / 북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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