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고쳤는데, 뇌가 멈췄다
65세 박모 씨는 하지정맥류 수술을 받았습니다. 다리는 정말 좋아졌습니다. 붓기도 사라지고, 통증도 없어졌습니다. 박 씨는 매일 산책하고, 골프도 다시 시작했습니다. “역시 수술 잘 받았어.”
그런데 1년 후, 아침 식사 중이었습니다.
젓가락을 떨어뜨렸습니다. 오른손에 힘이 없었습니다. 일어서려는 순간 다리가 꺾였고, 말이 어눌해졌습니다. 119가 출동했고, 응급실 CT는 뇌경색을 보여줬습니다.
“다리는 멀쩡한데… 왜 뇌가?”
수술은 다리 혈관의 구조적 문제만 고쳤을 뿐입니다. 전신을 공격하던 만성 염증, 산화스트레스, 혈액 점도 증가는 그대로였습니다. 다리는 수술로 버텼지만, 압력은 다른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결국 가장 약한 곳—좁고 긴 뇌혈관—이 먼저 막혔던 것입니다.
인체의 혈관을 모두 연결하면 약 10만 킬로미터, 지구를 두 바퀴 반 도는 거리입니다. 다리 혈관과 뇌 혈관은 별개가 아닙니다. 하나의 순환계입니다. 한 곳이 막히면 전체 시스템에 압력이 가해지고, 한 곳의 염증은 혈류를 타고 전신으로 퍼집니다.
전신 순환이 무너지는 악순환
Trends in Endocrinology & Metabolism (2024년 12월) 예일대 연구팀이 밝힌 악순환 메커니즘은 명확합니다.
한 부위의 혈액순환 저하 → 염증 물질 축적 → 혈류를 타고 전신으로 확산 → 전신 내피세포 손상 → NO(일산화질소) 생성 감소 → 전신 혈관 수축 → 혈압 상승 → 혈관벽 압력 증가 → 더 심한 내피 손상 → 다시 순환 저하
내피세포는 혈관 내벽을 덮고 있는 세포로, 혈관 확장·수축을 조절하고, 염증을 관리하며, 혈전 형성을 막습니다. 한 곳의 내피세포가 손상되면, 혈류를 통해 염증 물질이 전신으로 퍼지며 다른 부위의 내피세포까지 연쇄적으로 손상시킵니다.
림프 순환 정체는 악순환을 가속화한다
혈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Frontiers in Cardiovascular Medicine (2024)이 강조한 것처럼, 림프 순환 시스템 역시 전신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림프계는 혈관에서 새어나온 체액과 노폐물을 회수하여 정맥으로 돌려보내는 ‘제2의 순환계’입니다. 하루 약 8리터의 체액이 림프를 통해 순환합니다.
다리가 붓는 사람은 얼굴도 붓고, 손도 잘 붓습니다. 하지 림프 순환이 저하되면 상체 림프 순환도 함께 감소합니다. 전신의 체액 순환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10만 킬로미터 전체를 살리는 방법
핵심은 전신의 내피세포가 동시에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전신 운동으로 온몸을 깨우십시오.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 (2024)는 전신 운동(걷기, 수영)이 부분 운동보다 전신 내피 기능 개선이 3배 높았다고 확인했습니다. 하루 30분 걷기만으로도 전신 혈관 내피세포의 NO 생성이 40% 증가합니다.
항염증 식단은 전신에 작용합니다. 오메가-3, 폴리페놀이 풍부한 식단이 3개월 만에 전신 염증 지표를 40% 감소시킵니다. 먹는 것은 한 부위가 아니라 전신을 바꿉니다.
깊은 호흡으로 전신 순환을 활성화하십시오. 심호흡은 흉곽 내 압력 변화를 통해 정맥 환류와 림프 순환을 동시에 촉진합니다. 깊게 숨 쉬는 것만으로도 10만 킬로미터 전체에 펌프 작용을 가합니다.
7-8시간 수면은 전신 혈관의 동시 회복 시간입니다. Sleep Medicine Reviews (2024)는 수면 중 전신의 혈관 내피세포가 동시에 재생된다고 확인했습니다.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10만 킬로미터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다스려야 합니다.
다리만 치료하지 마십시오. 심장만 치료하지 마십시오.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부부터 뇌까지, 전신의 순환을 함께 살려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치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