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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상처는 낫는데, 당뇨병은 낫지 않을까?

손가락을 베었을 때를 떠올려보세요. 출혈이 멈추고, 며칠 후면 피부가 다시 붙습니다. 감기에 걸려도 일주일이면 낫습니다. 약 한 알 먹지 않아도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당뇨병, 고혈압, 자가면역질환은 왜 낫지 않을까요? 평생 약을 먹어도 완치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항상성 즉, 만성질환은 복잡한 시스템의 균형이 깨져기 때문입니다.

이 자가 치유 시스템의 이름이 바로 ‘항상성(Homeostasis)’입니다. 생체 시스템에는 이것이 있습니다. 

2500년 전 명의가 알았던 비밀

중국 고대 명의 편작에게 두 명의 형이 있었습니다. 위나라 문왕이 물었습니다. “삼형제 중 누가 의술이 가장 뛰어납니까?”

편작이 답했습니다. “큰형이 가장 뛰어나고, 저는 가장 못합니다.”

“그런데 왜 당신만 유명합니까?”

“큰형은 병이 생기기 전에 미리 막아줍니다. 환자들은 아프지 않으니 그의 의술을 모릅니다. 저는 병이 깊어진 후 혈관을 뚫고 독한 약을 씁니다. 그러니 사람들은 제 의술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편작의 큰형은 무엇을 보았을까요? 바로 몸의 균형이 깨지는 신호를 읽고, 항상성을 복원해주었던 것입니다.

항상성이란 무엇인가?

항상성은 생명체가 외부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내부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능력입니다. 1932년 생리학자 월터 캐넌(Walter Cannon)이 정립한 개념으로, 생명 유지의 핵심 원리입니다.

외부 온도가 영하로 떨어져도 체온은 36.5도를 유지하고, 혈당이 올라가도 인슐린이 분비되어 다시 낮추며, 산소가 부족하면 심박수가 빨라집니다. 이 모든 것이 항상성의 작동입니다.

세포는 스트레스에 반응하여 미토콘드리아와 핵 사이의 신호 교환으로 항상성을 유지한다.

*출처: Kummer & Ban (2021), Nature Reviews Molecular Cell Biology*

세포는 스트레스에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적응합니다. Nature Reviews Molecular Cell Biology (2021)에 발표된 Kummer와 Ban의 연구는 미토콘드리아 단백질 합성이 세포-핵 간의 상호 소통을 통해 동적으로 조절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스트레스를 감지하면 핵에 신호를 보내고, 핵은 다시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조절하는 단백질을 생산합니다. 이런 양방향 소통이 세포가 스트레스에 적응하고 생존하는 핵심 메커니즘입니다.

만성질환 = 항상성의 붕괴

당뇨병은 혈당 항상성이 무너진 상태입니다. Cell Metabolism (2023) 연구에 따르면, 인슐린 저항성은 단순히 인슐린 신호 전달 문제가 아니라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 만성염증, 산화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시스템 붕괴입니다.

고혈압은 혈압 조절 항상성의 붕괴입니다. Physiological Reviews (2022) 연구는 만성적인 교감신경 과활성, 혈관 내피세포 기능 장애, 산화질소(NO) 생성 감소가 혈압 조절 시스템을 마비시킨다고 보고했습니다.

자가면역질환은 면역 항상성의 붕괴입니다. Nature Immunology (2024) 연구는 장내미생물 불균형, 장누수, 만성염증이 면역계의 자기-비자기 구분 시스템을 교란시킨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걸레질과 수도관 고치기

약물 치료는 대부분 증상만 억제합니다. 혈압약은 혈관을 억지로 확장시키고, 혈당약은 당 흡수를 막습니다. 하지만 조절 시스템은 여전히 고장 난 상태입니다.

비유하자면 이렇습니다. 집에 물이 새는데 바닥의 물만 계속 닦아내는 것이 약물 치료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닦아도 수도관이 고장 난 이상 물은 계속 흐릅니다. 걸레질을 멈추면 다시 바닥은 물바다가 됩니다.

진짜 해결책은 수도관을 고치는 것입니다. 항상성 시스템 자체를 복원하는 것이죠.

항상성을 복원하는 새로운 접근

최근 연구들은 항상성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미토콘드리아 기능 개선. Cell (2024) 연구는 광생체조절치료(PBM)가 미토콘드리아의 ATP 생산을 증가시키고, 산화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세포의 에너지 대사를 정상화한다고 보고했습니다.

선택적 항산화. Nature Medicine (2007) 오사와 박사의 연구 이후 분자수소의 선택적 항산화 작용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유해한 활성산소만 제거하면서 세포 신호 전달에 필요한 활성산소는 보존합니다.

조직 산소화. Frontiers in Physiology (2023) 연구는 고압산소치료가 저산소 조직에 산소를 공급하여 미토콘드리아 기능과 세포 복구 메커니즘을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자율신경 균형. Journal of Clinical Medicine (2024) 연구는 미주신경 자극, 호흡 훈련, 명상이 교감-부교감 신경 균형을 회복시켜 혈압, 혈당, 면역 조절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확인했습니다.

당신의 몸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편작의 큰형이 위대한 의사였던 이유는 환자들이 아프기 전에 몸의 균형이 깨지는 것을 예측하고 항상성을 복원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훌륭한 의학은 병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입니다. 

이미 병이 생긴후에도  우리 몸이 원래 가지고 있는 항상성, 즉 자가 치유 능력을 키우기 위해 몸의 환경을 좋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항상성을 키우는 일입니다. 사람의 몸은 스스로 균형을 찾는 놀라운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입니다. 

증상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건강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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