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떤 사람은 건강하게 100세를 넘길까
파킨슨병, 치매, 암. 나이 들면 피할 수 없는 질병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런데 100세가 넘도록 건강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혈액을 조사했더니 놀라운 공통점이 발견되었습니다.
바로 특별한 면역세포가 많다는 것입니다.
좀비 세포를 청소하는 특수부대
우리 몸에는 ‘좀비 세포’라 불리는 노화 세포가 쌓입니다. 이 세포들은 더 이상 분열하지도 않지만 죽지도 않고, 주변에 염증 물질을 뿌려 조직을 망가뜨립니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세포가 늘어나고, 그 결과 만성염증과 각종 노인성 질환이 생깁니다.
2025년 10월, 이스라엘 벤구리온 대학교 연구팀이 Nature Aging 저널에 중요한 발견을 발표했습니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 중 CD4 T세포가 나이가 들면서 ‘살해자’로 변신한다는 것입니다. 이 변신한 세포를 ‘CD4-Eomes 세포’라고 부릅니다.
젊은 쥐의 면역세포를 늙은 쥐에게 이식하자, 노화 환경이 이 세포들을 ‘청소부대(CD4-Eomes, 빨간색)’로 변신시켰다.
출처: Elyahu et al., Nature Aging (2025)
연구진은 노화된 사람의 혈액, 피부 조직, 실험동물 등을 분석했습니다. 놀랍게도 이 CD4-Eomes 세포는 노화 세포가 많은 환경을 감지하고, 그곳으로 이동해 문제가 되는 세포만 골라 제거했습니다. 마치 특수부대가 적을 찾아 제거하는 것처럼요.
더 놀라운 것은 실험입니다. 유전자 조작으로 이 세포를 없앤 쥐는 노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수명도 짧아졌습니다. 반대로 노화 세포를 약물로 제거하자 CD4-Eomes 세포도 함께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우리 몸이 정확히 필요한 만큼만 이 ‘청소부대’를 만들어낸다는 뜻입니다.
젊음이 아니라 균형이 답이다
많은 사람들이 노화를 막으려면 면역계를 20대처럼 되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연구는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연구를 이끈 Monsonego 교수는 말합니다. “사람들은 면역계를 젊게 리셋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연구는 그것이 정답이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핵심은 나이에 맞는 적절한 면역 균형입니다. CD4-Eomes 세포는 나이와 함께 증가하지만, 이것은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몸이 노화에 적응하는 보호 메커니즘입니다. 실제로 100세 이상 장수하는 사람들에게서 이 세포가 풍부하게 발견되었습니다.
CD4-Eomes 세포란
기본 정체성: CD4 세포 (지휘관/도우미)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에서 ‘CD4 T 세포’는 원래 지휘관이나 도우미 역할을 합니다. 직접 바이러스와 싸우기보다는, 다른 강력한 공격 세포들에게 “저기를 공격해!”, “힘내!” 하고 신호를 보내고 작전을 지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수 능력 장착: Eomes (공격 스위치/무기)
‘Eomes(이오메스)는 세포 안에서 켜지는 일종의 스위치입니다. 이 스위치가 켜지면 세포는 직접 적을 죽이는 공격 능력(킬러 본능)을 갖게 됩니다. 원래 이 스위치는 주로 최전방 공격수인 ‘CD8 세포’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면역 균형 지키기
노화는 피할 수 없지만, 건강하게 나이 드는 것은 가능합니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식단으로 염증 줄이기. 베리류, 녹색 채소, 등푸른 생선에 풍부한 항산화 물질은 노화 세포 생성을 줄입니다. 녹차, 올리브오일, 다크 초콜릿도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가공식품과 정제 탄수화물은 염증을 증가시킵니다.
적절한 운동이 중요합니다. 주 150분 정도의 중등도 운동과 주 2-3회 근력 운동이 권장됩니다.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산화스트레스를 증가시킬 수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강도를 유지하세요.
깊은 수면이 면역을 지킵니다. 하루 7-8시간의 깊은 수면 중에 우리 몸은 손상된 세포를 복구하고 노폐물을 제거합니다. 불규칙한 수면은 면역 기능을 떨어뜨립니다.
스트레스 관리가 필수입니다. 만성 스트레스는 면역을 억제하고 염증을 증가시킵니다. 명상, 요가, 심호흡으로 자율신경 균형을 유지하고, 가족·친구와의 관계도 소중히 하세요. 외로움은 염증 증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환경도 중요합니다. 미세먼지, 플라스틱, 화학물질 노출을 최소화하고, 정기적인 건강검진으로 염증 수치를 체크하세요.
면역세포가 가르쳐주는 지혜
CD4-Eomes 세포의 발견은 노화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꿉니다. 노화는 단순한 쇠퇴가 아니라 적응의 과정입니다. 우리 면역계는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역할을 맡은 세포를 만들어내고, 그 세포들은 노화 세포를 제거하며 건강을 지킵니다.
100세 장수자들의 혈액에서 이 세포가 풍부했다는 사실은 중요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건강한 노화의 비밀은 면역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균형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연구진이 강조했듯이, “사람들은 슈퍼차지된 면역계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제대로 작동하고 인생의 단계에 적합한 면역계가 필요합니다.”
노화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우리 몸의 면역세포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항염증 식단,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 이것들이 면역 균형을 지키는 열쇠입니다.
